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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가을의 속살 / 전태련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누가 사랑이 오는 걸 본 적 있는가

   혼란스러움 속에 숨어 있는

   사랑의 춤은 엉거주춤이다

   아무리 해도 매번 아마추어인 것을

   머리에 흰 서리를 이고 맞이하는 사람도 서툴긴 매한가지

   인생의 가을날에도 새 봄처럼 찾아오는 그는

   나이와 국경을 넘고 체면도 윤리도 죄마저 없다

   이 가을에 혼자 붉게 물드는 단풍

   혼란의 바람 속에 혼자 붉어진 사랑아,

   네겐 이성적 놀리도 궤변이 되는

   아가페도 에로스도 아닌 그저 사랑이 있을 뿐

   초록의 잎들 위로 일렁이던 주홍빛 바람

   아니라, 아니라고 도리질이더니 가슴까지 붉어진 가을

   초록 안에 어여쁜 사람이 있는 줄

   바람은 어찌 알았을까

   푸른 제복인 듯 일제히 초록인 그 안에

   바람이 살살 벗겨낸

   붉고, 노란, 갈 빛 가을의 속마음

   가을이 이렇듯 찬란한 것은 너와 나의 빛깔이 다른 것

   그것이 아름다움인 것임을,

   홀로, 더불어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 그리고

 

 

                                             - 대구의 시, 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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