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떼고 포 떼고 나면 무엇이 남는다냐
대가리는 똑 떼 내고 잔발마저 잘라 내면
뻘쭘히 남은 몸통만
전골냄비 위 탑이 된다.
이 맛도 저 맛도 없이 설겅설겅 익던 것이
바다, 그 비린 맛에 제 온몸을 내던져
한바탕 뒤섞여보면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나.
아귀 한 점, 꽃게 한 조각, 마지막 곤이까지…
휑하니 빈 스텐냄비 허연 속살 너머로
끝끝내 겉든 미더덕 덩그러니 주름 깊다.
-시집 『광어면 어떻고 도다리면 어떠랴』
(푸른나라,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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