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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11월의 고해 / 권경희

 

 

 

 

 

 

 

 

 

 

 

 

 

 

 

 

 

   낮부터 내리는 찬비에

   추억을 더듬는 마지막 잎새들

   깊은 밤 악보를 조율하는 세찬 바람에

   파르르 떨다 빗물을 엎질렀다

 

   밤새 빼곡히 써 내려간

   행간을 알 수 없는 검붉은 곡조들

   뜨겁게 껴안았던 날들이 흩어져

   스산한 거리에서 하얗게 엉켜버렸다

 

   붉은 살점 하나로

   싸늘히 식어가는 심장을 데워

   마지막 빛을 짙게 우려내는 들녘은

   된서리의 습격에 일제히 침묵하고

 

   끝내는 곧은 숨결 하나 세우고

   어둠보다 더 깊은 고해로

   한 줄의 현을 새기며

   남김없이 벗어야 할 시간

   바람의 거침없는 변주곡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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