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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내 만일 / 강은교

 

 

 

 

 

 

 

 

 

 

    내 만일 폭풍이라면

    저 길고 튼튼한 벽 너머로

    한번 보란 듯 불어볼 텐데

    그래서 그대 가슴에 닿아볼 텐데

    번쩍이는 벽돌쯤 슬쩍 넘어뜨리고

    벽돌 위에 꽂혀 있는 쇠막대기쯤

    눈 깜짝할 새 밀쳐내고

    그래서 그대 가슴 깊숙히 내 숨결 불어넣을 텐데

    내 만일 안개라면 저 길고 튼튼한 벽 너머로

    슬금슬금 슬금슬금 기어들어

    대들보건 휘장이건 한번 맘껏 녹여볼 텐데

    그래서 그대 피에 내 피 맞대어볼 텐데

    내 만일 종소리라면

    어디든 스며드는 봄날 햇빛이라면

    저 벽 너머 때없이 빛소식 봄소식 건네주고

    우리 하느님네 말씀도 전해줄 텐데

    그래서 그대 웃음 기어코 만나볼 텐데

    사랑하는 마음뿐으로

    그리운 마음뿐으로

    그런데 그대여

    오늘밤은 참 깊구나

    질기기도 하구나

    기다려다오

    기다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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