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 곁에만 있으믄 배도 안 고프고,
몇 날을 나도 힘도 안들고,
잠도 안 오고 팔다리도 개뿐허요.
그저 좋아 자꾸 콧노래가 난다요.
숟가락 건네주다 손만 한번 닿아도 온몸이 다 찌르르허요.
잘 있는 신발이라도 다시 놓아주고 싶고,
양말도 한번 더 빨아놓고 싶고,
흐트러진 뒷머리칼 몇 올도
바로 해주고 싶어 애가 씌인다요.
거기가 고개를 숙이고만 가도,
뭔 일이 있는가 가슴이 철렁허요.
좀 웃는가 싶으먼 세상이 봄날같이 환해져라우.
그 길로 죽어도 좋을 것 같어져라우.
남들 모르게 밥도 허고 빨래도 허고 절도 함시러
이렇게 곁에서 한 세월 지났으면 혀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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