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일백만 원에 거문도 팔려올 때가
꼭 팔 년 전 이맘때였지요
너울만 까마득한 뱃길을 흘러흘러
스물둘 어린 나이로 팔려왔어요
어질머리 뱃전에는 눈물도 자취없어
울다 못해 뚱뚱 부어 팔려온 곳을 바라보니
낯선 선창보다도, 사람들보다도
얄궂어라, 맨 먼저 나를 향해
붉게, 또 붉게 달려드는 동백꽃!
그럭저럭 빚도 갚고 마담도 되었지만
그렇게 안 미치고 바다에도 안 뛰어들었지만
지금도 이맘때면 나를 향해
붉게, 또 붉게 달려드는 동백꽃!
- 《마음속 붉은 꽃잎》(창작과 비평, 1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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