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치마에 반짝이 스웨터 입은
엄마의 아침 마무리는 구찌베니였다.
자식들 먹여 살리려 장사한다며
앉은뱅이 거울 앞으로 입 내밀고
구찌베니를 빨갛게 돌리는 엄마
오미자보다 더 붉은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환하게 웃는 엄마는
가게 천장을 울리는 큰 목청으로 흥정하고
노을이 질 때까지 뱉어낸 붉은 구찌베니
저녁 밥상 콩나물이 되고 조기구이가 되고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가 되는 구찌베니
우리들도 입술을 오므렸다 펴며
배부른 웃음을 흘렸다.
유년의 장날은
온통 구찌베니향으로 가득 찼다.
- 신현림 지음 <시 읽는 엄마>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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