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들어간 수술의사가
오 분만에 씩 웃고 나와 고무장갑을 벗고
초록빛 수술 가운을 벗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수술이었노라고
그는 손을 씻으며 소리 나게 코를 풀었다
회복실로 들어 간 환자를 따라 보호자들이
우르르 쥐 뗴처럼 몰려 들어갔다
환자는 대형 거울 앞에서 늠름하게 서 있었다
그의 복부에는 쓸개도 없었고
간도 없었고 아아, 안면도 없었다
환자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정치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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