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불가마 사우나탕
동네 아낙들 둘러앉아 소금 마사지를 하고 있다
쓱쓱, 뱃살을 문지르는 부산정육점
지네발 같은 수술자국 충렁인다
비늘이 벗겨진 한물간 생선처럼
쌍둥이를 담았던 몸이 헐겁다
왼쪽 가슴을 도려낸 안성이불집
다섯 아이가 빨던 젖꼭지는 끝물 포도처럼 시들하다
소금에 몸을 절이는 아낙들
자린고비로 버티던 한 시절 건너 와
흐르는 땀방울 소금보다 짜다
살피듬이 좋은 이천쌀집, 쿵작쿵작
송대관의 네박자에 어깨가 들썩인다
왁자한 웃음소리
돌아보면 웃을 날 있었던가
패트병 얼음물을 들이키던
어물전 뻐드렁니도 흐흐 웃는다
오늘은 정기휴일, 시장 사람들
발가벗고 친목계를 치르는 중,
사철 뼈가 시린 여인들, 모두 벌겋게 잘 익었다
형님 아우 얼굴이 달덩이다
관절염을 앓는 형제식당이
또 한 번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 2005년, <신발論> 시집에 수록된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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