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는 약이 없다
아무도 치료제를 만들지 못했다
그걸 알면서도 의사는 약을 처방하고
나는 지어 온 약을 시간에 맞춰 먹는다
내가 먹은 것이 감기약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내가 투약하고 있는 사랑이 그렇다
앓고 있는 외로움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집착하게 된다
이를테면 사랑 대신 달콤한 사탕이라거나
부드러운 우유여도 상관없다
그러나 약은 입에 써야 한다는 또 다른 믿음이
쓴 사랑을 밷어내지 못하고
물과 함께 꿀꺽 삼키게 한다
그러다 사랑이 목구멍에 걸려
입 안 가득 쓴 침이 고이는 날
내겐 독한 사랑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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