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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통영의 봄은 맛있다 / 배한봉

 

 

 

 

 

 

 

 

 

 

 

 

 

 

 

   참 달다 이 봄맛

   앓던 젖몸살 풀듯 곤곤한 냄새 배인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 식당 골목

   다닥다닥 붙은 상점들 사이

   우리처럼 알음알음 찾아온 객이

   열 개 남짓한 식탁을 다 차지한

   자그마한 밥집 분소식당에서 뜨거운 김 솟는

   국물이 끝내준다는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나눌분자 웃음소자, 웃음을 나눠준다는 이 집 옥호가

   도다리쑥국 맛만큼이나 시원하다고 웃음짓는

   문재 형 앞 빈자리에 젊은 부부 한 쌍이 앉는다

   자리 생길 때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동석하는

   분소식당 풍경이 쌀뜨물에 된장 풀어 넣은 국물 맛 같다

   탕탕 잘라 넣은 도다리가 살큼 익은 쑥의 향을 따라

   혀끝에서 녹는 통영의 봄맛

   생기로 차오르는 연꽃처럼 떠 있는 통영 앞바다 섬들이

   신열에 달뜬 몸을 풀며 바다 틈새 어딘가 숨어 있던 봄빛을

   무장무장 항구로 풀어내고 있다

   어어

   이것 봐라 내 가슴에도 툭툭 산수유 꽃이 피는가 보다

   따뜻해진 온몸 가득 파랑처럼 출렁이는

   참 맛있다 통영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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