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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소주같은 사랑 / 한승수

                                  

 

 

 

 

 

 

 

 

 

 

 

 

 

 

 

 

 

내 젊은 시절의 사랑은

풋풋한 레드와인의 맛처럼 지나갔다

 

은빛 갈고리 깊숙히 넣어  조심스레 코르크 마개를 열면

맑은 글라스에 떨어지는  선홍빛 방울

그 향기는 달콤하고 뒷맛은 떫었다

 

내 뜨거운 시절의 사랑은

시원한 맥주의 맛처럼 지나갔다

 

뚜껑만 따면  펑하고 하얀 거품으로 쏟아져 나와

쉽게 갈증을 채울 수 있었지만

한번 열린 맥주는

아무리 꼭꼭 닫아도 김이 새 버렸다

 

아직 나에게 사랑할 힘이 있다면

이제 소주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소주는 빛깔도 향기도  솟아 오르는 거품도 없지만

탁 쏘는 맛에 취하는 것 하나는 확실하니까

유통기한이 따로 없으니

조금씩 마시고 남겨 두어도 변질될 염려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