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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밤비는 초록이다 / 김미연

 

 

 

 

 

 

 

 

 

 

 

 

 

 

   밤비는 소리로 내린다

   허공이 초록으로 젖는 시간

   잠든 나무들의 눈꺼풀이 열리고 귀가 트인다

   온몸으로 하늘을 흡입하는 나무들

   초록을 껴입고

   나무와 나무를 건너다니는

   저 빗줄기들은 나이테를 돌고 돌아

   나무의 심장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어디선가 달려온 어둠이 가지마다 열린다

   나직이 땅속에서 옹얼거리는

   소리는 뿌리를 타고 올라 나무의 키를 늘린다

   내게 빗금을 그은 사람도 밤비처럼 다녀갔다

   새벽 두시가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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