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춥다,
이 모순의 육체는 그럭저럭 매력적이다
약기운 때문인지 지면에서 얼마쯤 붕 떠 있는 느낌,
금방이라도 곤두박질칠 듯 아슬아슬한 공중부양 같다
들뜬 청춘 같다
초봄이 한겨울보다 매서운 건
세상 움트는 것들의 통증 때문이다
연초록은 원래 비릿하고
청춘은 불량을 무기로 내세운다
이빨 사이로 찍찍 침을 내뱉거나
면도날을 질겅질겅 씹기도 하는
그 시절 지나면 몸살이란
스위치를 올리자마자 팍 불이 나간
백열등 같은 것, 잠시 미련처럼 빛살이 어려
알전구를 귀에 대고 흔들어본다
이 어둠을 어찌 돌이킬래?
누군가 속삭인다
끊긴 필라멘트마냥 파르르 오한이 온다
추워서 뜨거웠고 어두워서 환했던
기억이 있다, 그 불량의 시절인 듯
연탄불처럼 다시 층층 포개지고 싶다
포개져 마침내 화르륵 타오르는 체위이고 싶다
나중에는 부엌칼로 갈라야 하더라도
가르다가, 앗 뜨거라 불투성이로 깨지더라도
몸살이란, 그 기억에 살이 낀 것이다
혼자 열없이 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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