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 봉화 풍기 영주
소백산 가까운 이 산속 장터치고
책보따리 지고 메고
그이 발길 가 머물지 않은 곳 없다
좌판 벌이는 장소는 정해져서
좀약 플라스틱 옷걸이 따위 잡화전 뒷전
여러 해째 동무된 할머니들은 파수마다 용케 찾아오고
박씨전 한 대목 신바람 나게 읊다 보면
하루 장은 늘 짧기만 하다
해 기울면 십 년 단골 찾아들어 가 국밥 한 그릇 말고
윗목 한 귀퉁이 새우잠으로 누우니
그게 바로 그의 집이다
누가 그의 삶을 고닯다 하느냐
밤중에 한번 눈 떠 보아라
싸늘한 달빛에 어른대는 산읍 외진 거리에 서 보아라
사람 사는 일이 다 그와 같거니
웃고 우는 일 다 그와 같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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