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 게 꽃이었을까
애써 받쳐도 매번 한쪽 어깨는 다 젖어서
젖었다 말도 못하고서
가뭇없는 저녁을 맞을 때
너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꽃 진 바닥에 누르스름한 패배만 들어붙는 동안
새들은 꼭 한꺼번에 울어 그 소리를
따라가지 못하게 하더니
바쁜 일은 겹으로 와 너를 놓치게 했다
그렇다고 서운하다 말할 수 있을까
누가 일부러 시킨 것처럼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을 예상들은
정확하게 찾아오고
한낮의 발랄했던 외출이 주검처럼 다 젖어
그렇다고 비에게 그건 아니라 말할 수 있을까
헛된 기대는 또다시 너여서
쨍한 날에도 너 닿은 쪽은 금세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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