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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오빠의 마술 / 문정희

 

 

 

 

 

 

 

 

 

 

 

 

 

 

 

 

 

 

 

 

 

 

 

   나는 손톱 깎는 것을 무서워했지

   긴 손톱을 풀잎처럼 나풀거리고 다녔지

   여름방학이 되어 서울에서 오빠가 왔지

   손톱이 길면 두꺼비가 된다며 나를 얼르더니

 

   시커먼 시골 가위 대신

   파란 손톱깎기 꺼내 톡톡톡 손톱을 잘라 주었지

   풀잎처럼 손톱들이 잘려 나갔지

   봉숭아 꽃물 든 반달도 잘려 나갔지

 

   마술쟁이 오빠!

   오늘은 더 신비한 마술을 보여 주네

   타는 불 속으로 들어간 지

   두 시간도 안 돼

   흰 가루가 되어 항아리에 숨었네

 

   어린 날 내 손톱을 잘라 주어

   나는 두꺼비가 안 되고

   초로의 시인이 되었는데

   오빠는 내가 아직 아이인 줄 아는지

   순식간에 마술 항아리를 보여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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