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시월 /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 김후란  (0) 2023.10.02
물고기, 거기서 울다 / 석여공  (0) 2023.10.02
가을 안부 / 이향아  (0) 2023.10.01
가을 / 조병화  (0) 2023.10.01
밤낚시 / 신미균  (0) 202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