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일까 / 김건형 (0) | 2023.10.05 |
---|---|
가끔 / 윤보영 (0) | 2023.10.05 |
추억 하나쯤은 / 용해원 (0) | 2023.10.05 |
헛된 바람 / 구영주 (0) | 2023.10.05 |
밤참 / 김용택 (0) | 2023.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