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나를 잠시 보관할 길이 없을까 하고
한참 두리번거릴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무거워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운명 같은 나를 버릴 수야 있겠냐만
꽤 귀찮아진 나를 며칠 간 보관했다가
돌아와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무게나 부피를 가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별로 크지는 않을 것 같아
지하철 역사 보관함 같은 곳에다
지친 내 영혼 하얀 보자기에 싸서
보관 좀 해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쌓이고 쌓여
주저앉을 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그런 때
내 生을 송두리 채 한 달포쯤 보관해 뒀다가
돌아와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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