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내린 어둠이 진해지는 경우란
추억의 온도에서뿐이다
커피 향처럼 저녁놀이 번지는 건
모든 길을 이끌고 온 오후가
한때 내가 음미한 예감이었기 때문이다
식은 그늘 속으로 어느덧 생각이 쌓이고
다 지난 일이다 싶은 별이
자꾸만 쓴맛처럼 밤하늘을 맴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각자의 깊이에서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되어
그 길에 번져 있을 것이다
공중에서 말라가는 낙엽 곁으로
가지를 흔들며 바람이 분다
솨르르솨르르 흩어져내리는 잎들
가을은 커피잔 둘레로 퍼지는 거품처럼
도로턱에 낙엽을 밀어 보낸다
차 한 대 지나칠 때마다
매번 인연이 그러하였으니
한 잔 그늘이 깊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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