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몰아치는 꼭두새벽이다
구십도 허리 굽은 할머니가
너덜너덜한 손수레에 빈 박스를 차곡차곡 쌓고
어그적어그적 생의 길을 간다
보험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 황혼 인생
온종일 품팔이 몫이 2천 원이란다
"자식들은요?"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보며
"즈들 날났데이"
한마디 툭 던지고는
어둠 속을 헤치며 간다
손수레가 할머니를 밀고 간다
저 양식을 구하는 빈자의 꼭두새벽에서
내 어머니를 만난다
- 시집 / 우리는 다정히 무르익어 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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