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 노인 요양소 여자 중환자실에
파평윤 씨 가문의 무남독녀 외동딸
아가다 할머니가 누워있다
초점이 흐리다 움직이지 못한다
아가다 할머니
내 손 꼬옥 잡으시고
접시꽃이 왜 내 머리맡 뜨락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날 수 있는지 아느냐고 되묻는다
먼 옛적 사랑의 씨앗이
오늘도 피어나고 있다고 한다
불같은 사랑덩어리
가슴속에서 영원히 불타고 있다고 한다
못다 이룬 사랑으로 피어나는 접시꽃
흐드러진 접시꽃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접시꽃들이
할머니 머리맡에는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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