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만삭의 배는
한창 제왕절개 중이다
그 싱싱한 태를 열어 하나도 상처 내지 않고
올망졸망 내보내고 있다
해풍의 이빨이 태줄을 끊고
바닥 친 소금이 꿰매 버리지만
절개나 봉합 자국 하나 없는
다도해 남해 죽방림 안에서 무더기로
태어나는 멸치 떼
해마다 태풍이 올 때마다 몸을 뒤집던 바다는
눈짓만으로도 수태하더니
졸린 호수 같은 분만실에서
저리도 많은 사생아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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