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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저녁 한 때 / 임길택

 

 

 

 

 

 

 

 

 

 

 

 

 

 

 

 

 

 

 

 

 

 

 

 

 

 

 

 

 

 

  뒤뜰 어둠 속에

  나뭇짐을 부려놓고 아버지가 돌아오셨을 때

  어머니는 무 한쪽을 예쁘게 깎아 내셨다

 

  말할 힘조차 없는지

  무 쪽을 받아 든 채 아궁이 앞에

  털썩 주저앉으시는데

  환히 드러난 아버지 이마에

  흘러 난 진땀이 마르지 않고 있었다

 

  어두워진 산길에서

  후들거리는 발끝 걸음으로

  어둠길 가늠하셨겠지

 

  불타는 소리

  물 끓는 소리

  다시 이어지는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그 모든 소리들이 한데 어울려

  아버지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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