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유성으로 장 구경 갔다
남편과 이천 원짜리 잔치국수를 사 먹고
시장을 돌다가 빗방울 들이치는 장바닥에서
두툼하고 바삭한 녹두전 한 장에
마음이 즐거워진다
딱히 살 것도 없어 장을 한 바퀴 돌아 나오려는데
시장 끄트머리에 산나물 한 무더기 풀어놓고
끄덕끄덕 졸고 있는 할머니
주인 못 찾아 시들해진 나물이 걸음을 붙잡는다
할머니 이거 몽땅 얼마예요
그냥 만 원에 다 가져가유 내가
산에 가서 뜯은 거니께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할머니
손톱이 까맣게 물들었다
묵묵히 장바구니 들고 따라오던 남편
선뜻 이만 원을 꺼내 드린다
어르신 저기서 국수 한 그릇 들고 가세요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만 원의 따뜻함에 꽃샘바람이 차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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