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난로 위에 주전자가 혼자 끊는다
넘 칠듯 넘치지 않는 이 겨울의 침묵
나직이 물 끓는 소리가 마냥 귀를 적신다
사무실 유리창 밖
잎을 다 떨궈버린 미루나무들
산모롱이를 휘돌아 성큼 다가오는데
한 줄 두 줄
문득 안개꽃이 날린다
희끗희끗 내리는 일악장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이윽고 하늘을 뒤덮으며 까맣게 내리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악보
아, 꿈같은 이승 속에
한점 빠알간 기쁨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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