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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잊은 채 하면 잊혀진단다 / 이향미

 

 

 

 

 

 

 

 

 

 

 

 

 

 

 

 

 

 

 

   잊은 채 살다 보니 잊혀지는 듯하다

   가슴앓이 하도 깊어 생전에는 결코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과

   살아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것들에게

   눈길 한 번 못주려니 하였어

   잊은 채 살다 보니 모른 채 외면하긴 쉽더라

   추억 하나 버린 날엔

   예쁜 화분 하나 사들고 오지

   기억 하나 지운 날엔

   금붕어 몇 마리 사들고 오지

   잊지 못할 것들을 잊은 체 한 날에는

   살아있는 것들을 데려와 내 안에 키우는 거야

   그것들 자라나 휑하던 마음밭이

   꽃이 만발하거나숲이 우거지거나

   새가 둥지를 틀거나 하면

   지나간 모든 잊지 못할 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 품 안에서

   영영 잠이 들지 몰라

   이미 죽어버린 추억들과

   피지도 못하고 시든 사랑과

   부질없는 모든 그리움들은

   영영 찾을 수 없을지 몰라

   잊은 채 살다 보면 잊혀진다는 것

   이제 알았으니 희망은 또 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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