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채 살다 보니 잊혀지는 듯하다
가슴앓이 하도 깊어 생전에는 결코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과
살아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것들에게
눈길 한 번 못주려니 하였어
잊은 채 살다 보니 모른 채 외면하긴 쉽더라
추억 하나 버린 날엔
예쁜 화분 하나 사들고 오지
기억 하나 지운 날엔
금붕어 몇 마리 사들고 오지
잊지 못할 것들을 잊은 체 한 날에는
살아있는 것들을 데려와 내 안에 키우는 거야
그것들 자라나 휑하던 마음밭이
꽃이 만발하거나숲이 우거지거나
새가 둥지를 틀거나 하면
지나간 모든 잊지 못할 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 품 안에서
영영 잠이 들지 몰라
이미 죽어버린 추억들과
피지도 못하고 시든 사랑과
부질없는 모든 그리움들은
영영 찾을 수 없을지 몰라
잊은 채 살다 보면 잊혀진다는 것
이제 알았으니 희망은 또 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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