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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경계 / 송재학

 

 

 

 

 

 

 

 

 

 

 

 

 

 

 

 

 

  장인의 장례식에서 처고모는 금방

  울음 안으로 주저앉듯이 무너지며 곡을 시작했다

  잘 익은 수박처럼 쩍쩍 갈라지는

  울음을 덮어주는 눈물은 없지만 사설의 아가리가 

  꼬리를 주절주절 물면서, 동기간의 추억이

  사람들을 애틋하게 했다

  슬픔이 어느 정도 차오르자 갑자기 처고모는 

  곡성을 멈추고 한 청년을 자신의 아들이라고

  인사시키곤 다시 울음 속으로 온몸을 던진

  울다가 자주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대학생이라는 것을 몇 번 강조하는 처고모,

  그 청년이 시앗 보아 얻은 아이란 것도,

  그토록 금지옥엽처럼 키웠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얼었다가 터져버린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울음과 울음 아닌 것들은,

  개울과 마주치는 길처럼 정답다 

  손톱 밑의 검은 흙은 밭일을 하다가 길 나선

  바쁜 일정이고 입술이 거무튀튀한 붉은 색은

  루주 자국을 대신한 것이다

 

                   -  『진흙 얼굴』(중앙북스,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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