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지게를 지며 / 임연규

 

 

 

 

 

 

 

 

 

 

 

 

 

 

 

 

 

 

    고향에서 모처럼 지게를 지고 들길을 나서니

    자식을 등에 업듯이

    나는 너무 가벼운 짐만 지고 살아온 건 아닐까

    한 짐 지게를 지고 시작하는 건 이렇다

    양 어깨에 멜빵을 걸은 후

    겸손하게 무릎 꿇고 땅에서 일어난다

    세상에 무릎 꿇고 시작하는 일이

    흔치는 않아도 한평생 농부이신 아버지는

    일생 땅에 무릎 꿇고 시작하셨다

    이제 내 무릎이 자꾸 저려옴은

    세상에 무릎 꿇는 일에

    너무 오만했음일까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은 / 문인수  (0) 2024.01.07
너에게 유배당하고 싶다 / 박후기  (0) 2024.01.07
문경 새재자락 / 강상률  (0) 2024.01.07
달빛과 동침하다 / 박해자  (0) 2024.01.07
바람과 똥 / 차영호  (0) 202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