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모처럼 지게를 지고 들길을 나서니
자식을 등에 업듯이
나는 너무 가벼운 짐만 지고 살아온 건 아닐까
한 짐 지게를 지고 시작하는 건 이렇다
양 어깨에 멜빵을 걸은 후
겸손하게 무릎 꿇고 땅에서 일어난다
세상에 무릎 꿇고 시작하는 일이
흔치는 않아도 한평생 농부이신 아버지는
일생 땅에 무릎 꿇고 시작하셨다
이제 내 무릎이 자꾸 저려옴은
세상에 무릎 꿇는 일에
너무 오만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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