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알몸,
양파에게도 부끄럼이 있다는 것
나 껍질을 벗기다 알았네
한겹 옷을 벗기자 놀란 양파 살갗을 움츠리네
저 자연스런 본능은 가장 깊은 곳에
여성의 생식기를 숨겨둔 때문이라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맥박소리
쿵쿵 심장 뛰는, 씨눈이 길 여는 소리
환청, 그래 환청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잘라버린 뿌리 설마 그것이
파란 씨눈의 젖줄이었을 줄 나 까맣게 몰랐네
알몸 드러난 순간
맵게 노려보는 눈빛, 독기를 품었나?
그래, 미안하다 미안하다 다독이는데
아 글쎄,
꽃처럼 활짝 제 몸을 열어주는 게 아닌가
저를, 중심을 다 내어 보이는 게 아닌가
그만 아찔, 두 눈에 핏발이 서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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