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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짜장면은 짬뽕을 이긴다 / 모현숙

 

 

 

 

 

 

 

 

 

 

    고깃집 가서 외식하자는 딸에게

    짜장면이나 짬뽕이 먹고 싶다는  노모의 입맛은

    떠나온 고향 오일장

    그 어느 난전에 머물러 있다

    착한 가격 동네 반점의

    홍합 짬뽕과 짜장면 앞에서

    짜장면 그릇을 먼저 집는  노모의 외출은 단출하다

    짜장면이 짬뽕을 이기고,

    따신 보리차가 생수를 이기던 동네 반점

​​

    살아오면서 거의 이겨본 적 없던 노모는

    이긴 짜장 면발 앞에서도 몹시 조심스럽다

    덩달아 단무지까지 노랗게 얌전해진다

    옷에 묻히지 않으려는 짜장면처럼

    조심스러운 노화는 짙어진 검버섯과

    작아진 몸집으로 빈 짜장면 그릇 건너편에서

    아이처럼 웃는다

    요안나 요양원에 다시 모셔놓고 돌아서는 저녁

    노모를 이겨 먹은 딸의 명치끝이 검게 막히고

    오늘도 지고 있는 노모는

    고요하고 점점 어리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