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진 뭐 드실래요?”
“자장면 곱빼기”
시집간 딸네 집에 오셨을 때나,
휴가차 내려간 친정집에서
가끔씩 시켜 먹는, 끼니때마다
낙타처럼 늙으신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한결 같은 소린
깐풍기도 탕수육도 아닌 자장면이었다
학창 시절 읍내에서 친구들과 자장면 빨리 먹기,
자장면 많이 먹기 하실 적마다
한 번도 진 적 없어 자장면 값 내지 않고
원 없이 먹었다며 어린아이 마냥 웃으시던 아버지
시간에 탈색된 하얀 수염과
세월을 못이긴 주름진 얼굴에
까만 자장면 소스 한가득 묻히시고
수염보다 더 하얀 웃음을 날리시던 아버지
아버지에게 제일 맛난 음식은
탕수육도 팔보채도 아닌 자장면이었다
간만에 자장면을 시켰더니
그리운 아버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나무젓가락 들고 걸어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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