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책상이 없어 밥상에서 글 쓴다
재경이 유치원 보내고 재경이 아빠 가게 가면
밥상을 펴놓고 글 쓴다
글 써서 밥 벌고 싶어 밥상에 글 쓴다
밥은 못 벌어도 반찬값이라도 벌고 싶어
밥상에서 글 쓴다 재경이 과자값이라도
벌까 싶어 밥상에서 글 쓴다
밥이라고 쓰면 하얀 김이 나는 밥이 나오고
반찬이라고 쓰면 갈치 콩나물 두부가 쏟아지고
아버지 칠순이라고 쓰면 백만 원이 뚝 떨어지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환상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글 쓴다
글만 쓰고 있어도 배가 부를
경지가 될 때까지 밥상에서 글 쓴다
밥상이 내게 마땅한 책상이 될 때까지
밥상에서 글 쓴다
아! 이 빌어먹을 책상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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