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이불 한 채,
밥그릇 숟가락 한 벌 들고
삼단머리 쪽지어 와선 삵쾡이 같은 시엄씨
어허 물렛동태 나도록 눈물을 일 삼고
밥 삼던 여인, 저녁별 새하얗도록 들일에
청천하늘 싯누렇도록 품일에
저 홀로 미쳐 살더니
그러며도 주색잡기에 노름패들에 어울린 남편
알뜰히 살뜰히도 섬기더니 어쩌자고 딸만 셋 낳고
겨우 꼬랑지 아들 하나 낳고
그만 고개도 못 들고 살던 여인,
어느 때나 안색 필 날 새벽빛처럼 돌아올까
이웃들 서로 혀 끌끌 찼는데
어허 어제는 어제는 그간 몰래 부은 곗나락
곗나락 여든 섬 타서 논 너 마지기 샀다는 여인
논 너 마지기 사서는 시엄씨도 울고 남편도 울고
저조차 온동네를 울어버린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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