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김밥 강론講論 / 김미승

 

 

 

 

 

 

 

 

 

 

 

 

 

 

 

 

 

 

 

  막막한 날들이라구요?

  웬걸요, 우북 우북 쌓이는 생각의 알갱일랑

  쫘악 펴버리세요, 이미 적당히 간 들여진 꿈들

  얌전히 엎드리는 굴욕도 아름답잖아요

  아참, 흑백의 논리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구요

  좀 더 선명한 알리바이가 필요하세요?

  들끓는 세상에 풀 죽은 시금치, 그 퍼렇든 객기

  기억하시죠? 본색 수상한 단무지랑 등 기대는 거

  보여요? 제 성질 못 버리는 얼굴 불콰한 햄이랑

  얄팍한 변신이 뛰어난 계란의 찰떡궁합,

  얼마나 힘차게 끌어당기고 있는지

  그리고 다들 함께 이러구러 둥글게 말리는

  저 속 꽉 찬 생生 말이에요

  날 잘 벼린 알량한 양심의 칼날 쓱싹

  왼쪽 가슴 아래께를 베고 가면 어떡하냐구요?

  그야 산다는 거 무늬 하나 만들어 가는 일

  어디를 베어낸들 선명한 알리바이라면야

  무슨 대순가요, 모쪼록 요약되어지는 세상에서

  뼈째 썰리는 황홀한 고통쯤 감내하셔야죠

  잘 생각해 보시도록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약발, 끝내주더라 / 유안진  (0) 2024.03.04
문현바람 고개 / 주순보  (0) 2024.03.04
달걀도 사랑해 / 김민정  (0) 2024.03.03
다행 / 하봉규  (0) 2024.03.03
밥그릇 탑 / 김미승  (0)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