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발 꽃 향기로 오시나요.
전나무 숲 푸른 이끼 속
결 고운 숨소리로 오시나요.
연두빛 목마른 4월
차오르는 샘물로 오시나요.
청연암(淸蓮庵) 대숲에 이는
차고 싱싱한 바람 소리로 오시나요.
능가산 지네바위에 올라보면
죽도(竹島) 앞바다 비단폭같은 아침을
물밀어가는 몇 척의 고깃배
그리움되어 떠나가면
섬하나 팔베개하고 안개 속으로 눕는데
어느 꿈으로 오시나요.
청솔가지 매운 연기 눈물 속으로 오시나요.
등잔불의 심지
천길 만길 뽑아 올리는 심연으로 오시나요.
상(傷)한 갈비뼈 마디마디 구멍을 뚫어
내가 불던 밤하늘 피리소리로 오시나요
나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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