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나락 파종하는 할아비의 새참
술 받아오다가 맹랑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당고개 세 아름드리 팽나무 뒤에 숨어
한 모금, 폐사된 절간 당간지주 뒤에서 또 한 모금
어느 결에 죄다 마시고는 고꾸라져
논고랑에 나자빠지던 통에도
오다가 넘어져 엎질렀다고 생청 붙이는데
내 짓거리를 낱낱이 지켜봤던
중천의 햇발이 노루막이께 걸터앉아
발갛게 일러바치자 논 가상 다보록한
자운영도 덩달아서 거드는 거였다
호되게 꿀밤을 엄청 얻어맞고도
해롱해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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