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입은 옷소매 밖으로
어머니 손이 나와 있었다
깜짝 놀라 다시 쳐다보니
외할머니 손 같기도 한 쭈글쭈글한 손이
내 소매 끝에 매달려 있었다
어머니 외할머니 모두
떠나신 지 반백 년도 넘었지만
어머니 외할머니 손이
내 소매 끝에 살고 있었음을 몰랐다
어느 날부터인가
거울 속에 비쳐진 내 모습 속에는
나 대신 어머니가 거기 계셨고
어떨 적에는 외할머니도 거기 계셨다
혹여 잘못 본 것은 아닐까 다시 보았지만
영락없는 어머니 외할머니까지
거울 속에 살고 계셨다
세월은 거울 속으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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