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슬픔이 하는 일 / 이영광

 

 

 

 

 

 

 

 

 

 

 

 

 

 

 

 

 

 

 

 

 

 

 

 

 

 

 

 

 

 

 

 

 슬픔은 도적처럼 다녀간다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끓인 불

 울음이 꽉 눌러 터뜨리려 하면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 버린다

 뒤늦은 몸이 한참을 젖다 시든다

 슬픔은 눈에 비친 것보다는 늘 더 

 가까이 있지만 깨질 듯 오래 웃고 난

 다음이나 까맣게 저를 잊은 어느 황혼,

 방심한 고요의 끝물에도 눈가에 슬쩍

 눈물을 묻혀두고는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다

 슬픔이 와서 하는 일이란 겨우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내는 일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틈에 관하여 / 고영민  (0) 2024.04.26
좌탈(坐脫) / 김사인  (0) 2024.04.25
두고 온 소반 / 이홍섭  (0) 2024.04.25
도깨비 / 이덕규  (0) 2024.04.25
연변 여자 / 김수열  (0)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