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도적처럼 다녀간다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끓인 불
울음이 꽉 눌러 터뜨리려 하면
어디론가 빠져 달아나 버린다
뒤늦은 몸이 한참을 젖다 시든다
슬픔은 눈에 비친 것보다는 늘 더
가까이 있지만 깨질 듯 오래 웃고 난
다음이나 까맣게 저를 잊은 어느 황혼,
방심한 고요의 끝물에도 눈가에 슬쩍
눈물을 묻혀두고는 어느 결에 사라지고 없다
슬픔이 와서 하는 일이란 겨우
울음에서 소리를 훔쳐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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