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모두 완행 한 가지뿐
단지 이등칸, 삼등칸 나누고
똑같이 가다 서다 그랬던 시절
회덕인가, 신탄진인가 찜통 같은 더위에
차창이 고정이 안 되고 자꾸 내려오니
열차가 정거한 틈에 아버지는 기차를 내려
철로 옆 산비탈을 차고 오르더니
싸리나문지 뭔지 막대기 하나 꺾어와
차창을 받쳤다
기차는 다시 천천히 달리고
목이 막히니 천천히 먹으라며 사이다
그 단물과 함께 사 주신 홍익회 삶은 계란
양약첩처럼 접은 굵은소금 펼쳐놓고
의자 팔걸이에 탁탁 부딪쳐 까먹던 그 삶은 계란
아버지도 하나쯤은 드셨을까
그 삶은 계란 깨물며
아버지와 나는 무슨 얘기했을까
아버지도 드물게 알고 있는 서울 얘기 해주셨을까
기차 타고 처음 서울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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