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참 좋은-

좀비의 일기 / 안주철

 

 

 

 

 

 

 

 

 

 

 

 

 

 

 

 

 

 

 

 

 

 

 

 

 

 

 

  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해도

  지금보다 더 정직하게 살아간다 해도

  달라지지 않을 생이라면

  기껏 태어난 대로 살다가

  어쩌다 익힌 좋고 나쁜 습관들

  남의 일 보듯이 맹하니 들여다보고 갈 생이라면

  아직 무너질 게 남은 사람은 부자다

  이 생각 하나로 버티는 비리비리한 생도 생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내 몸에 흠집을 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지루하고 비루한 나날들

  그치지 않겠지

  그치는 순간 보아야 하는 저 세상

  건너갈 수 있을까 맨입으로

  저 세상도 죽을 자격을 얻어야 갈 수 있다면

  나, 모가지 반쯤 꺾고 밤낮 돌아다니는

  좀비가 되어야 하겠지

  이미 그러고 살면서 내가 나에게

  살짝 눈감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좋은, 참 좋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 부르는 일 / 박남준  (0) 2024.07.18
강박 / 백무산  (0) 2024.07.18
건들대봐 / 김형영  (0) 2024.07.18
국데워라 금순아 / 김수열  (0) 2024.07.17
전성시대 / 우옥자  (0) 202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