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나이를 주체할 수 없어서
옷고름이 저절로 풀어지던 누나는
꽃잎 지는 철쭉만 보아도 남몰래 눈물짓곤 하더니,
가파른 보릿고개 너머 짝 잃은 쑥국새는 울고 또 울어
온 마을 쑥국쑥국 젖고 있는데
누나의 가슴속에 키워온 그리움 하나
누가 또 짐작이나 했을까
그날 밤 누나는 바람 같은 사내와 눈이 맞아 정을 주고 받더니,
어디론가 달아나 소식 없더니,
민들레 꽃씨처럼 떠돌다 지친 누나는
구겨진 날개 접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차마 집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동구 밖
후미진 산마루에 몰래 숨어 흐느끼고 있더니,
어느새 누나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누렇게 뜬 원추리꽃만 온종일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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