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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팔베개 / 김인육

 

 

 

 

 

 

 

 

 

 

 

 

 

 

 

 

 

 

 

 

 

 

 

 

베갯머리송사라는 말도 그렇지만

팔베개라는 말은 참 애틋하기도 하지

세상살이 지친 누군가를 제 심장 곁에 누이고

스스로 그 아래에 받침이 된다는 것

 

어린 것 토닥이며 팔베개를 내어주던 세월도 그렇지만

무심한 지아비 곁에서 25광년을 반짝거려온

아내라는 이름의 별아

가만가만

팔을 뻗어 베개가 되어주던 여자야

온몸, 꽃받침으로 내어주던 여자야

 

오늘밤은 고단한 저 별을 토닥토닥

내 팔 위에 누이고 한 500광년 훨훨 날아

화엄의 나라로 건너가고 싶네

 

그대의 팔베개가 되어

그대의 꽃받침이 되어

환하게 스무 살로 다시 피어나게 하고 싶네

 

어느 먼 별에서 온

우렁이색시 같은 여자야

울먹울먹 꽃받침으로 살아가는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