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들어와서 한 번도 고추를 받아보지 못한
산부인과에 아내가 고추를 생산하였다
고추라고 해서 거둘 때 손 많이 가는 것도 아닌데
기분상 십만 원을 더 내라 했다
상 받은 기분으로 십만 원을 더 주고 아들을 사서
우리의 동굴로 돌아왔다
미안하게도 이놈이 지하방이라서 울고
방이 차다고 울고 아비 무능하다고 악 악 울었다
한 번도 신 과일 먹여보지 못하고
근육이 되는 동물성 단백질 먹여보지 못한 아비
죄송하라고 엄마 젖을 걷어찼다
식성이 까다로운 놈이구나 혐의를 두었는데
아내의 젖꼭지가 물새알처럼 유방에 폭 파묻혀 있는 것이
그때 생각났다 젖은 물려야겠고 참 막막하였다
결국 장모님이 소식을 접하여
치마폭을 부여잡고 달려와서는 자네가 쎄기 빨아라 하셨다
쎄기 쎄기 빨았더니 아들이 먹어야 할
엄마가 내 입에 흥건하였다
드디어 물새알이 돌출하고
알이 새가 되어 날아오르려는 찰나
딸 키워 남 줬다 그러시기에
장모님 젖꼭지도 빨아드릴까요 하였다
에라 이 숭한 놈아
아비가 그런 핀잔 듣는 것도 모르고
아들은 행복하게 맛있게 엄마를 녹여 먹고 있었다
장모님도 아내도 아들도 나도
그날 하루는 물새알이 되어
바다로 일 나간 오래된 엄마를 동그랗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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