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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매미 시편 / 강영은

 

 

 

 

 

 

 

 

 

 



 

 

 

 

 

 

 

 

 

 

 

 

 

 

 

 

 

 

  마루에 누워 시집을 읽다가 행간을 구르는

  매미 소리를 듣는다

 

  피를 토하는 어느 명창의 넋이 들어 있는지

  박연폭포 한 소절 폭포수로 쏟아내는데

  목구멍에 걸린 울음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해

  매미 시편 붙들고 땀을 흘린다

 

  짧고 굵은 생애의 절창을 위해 매미 중,

  북미의 어떤 것은 17년을 땅 속에 파묻혀

  몸 속 가락을 고른다

  내 목구멍은 자음과 모음의 엇박자로

  울음 소리를 흉내낼 뿐

  매미의 은신처가 되지 못한다

 

  무엇을 더 비워내야 동안거 하안거 다 지낸

  저, 소리의 깊이에 닿을 것인가

  매미 빈 몸통에 남아 있는

  투명한 바람 소리, 매미 시편의 완결편을

  마음에 쓸어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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