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말없이 출가한 딸을 찾으려고
낯선 이곳을 찾아온 늙은 에미가 있었다
지독한 차멀미를 해가며 허방 짚듯
겨우겨우 구름 문턱을 넘었지만
그 전날 밤 꿈에서 에미를 미리 본 딸은 행장을 꾸려
빈 절간 새벽바람처럼 떠났다고 했다
온 삭신이 무너져내린 그 늙은 에미가
몇 달 새 말라버린 눈물이 다시 터진 것은
대웅전 앞에 핀 불두화를 보고 나서였다.
지금
울밭에서 잎 푸른 채소를 가꾸는어린 비구니들,
불두화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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