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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삼겹살에 대한 명상 / 고 영

 

 

 

 

 

 

 

 

 

 

 

 

 

 

 

 

 

 

 

 

 

 

 

 

 

  여러 겹의 상징을 가진 적 있었지요

  언감생심, 일곱 빛깔 무지개를 꿈꾼 적 있었지요

  불판 위에서 한 떨기 붉은 꽃으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 적 있었지요

  흰 머리띠를 상징으로 삼았지요

  피둥피둥 살 바에는 차라리

  불판 위에 올라 분신자살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지요

  육질이 선명할수록 사상도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거든요

  달아오른 불판이 멀리 쏘아 올리는 기름은

  발가벗은 내 탄식이었지요

  몸 뒤틀리고 몇 번쯤 뒤집혀지고 나면

  (제발, 세 번 이상은 뒤집지 마세요)

  내 사명도 끝난 줄 알았지요

  노릿하게 그을린 얼굴들이 참기름을 두르고 앉아

  마늘처럼 맵게 미소를 주고받을 때

  소원할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은

  저 말라비틀어진 살점들을 어찌할까요

  어쩌다 간혹 안부나 물어봐주세요

  그러면 나는 그냥 무지개를 꿈꾸다 죽은

  한 마리 돼지의 어쩔 수 없는 옆구리였다고,

  불판 위의 폭죽이었다고,

  웃기는 돼지였다고 웃으며 말할 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