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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가을이 올 때 / 박형준

 

 

 

 

 

 

 

 

 

 

 

 

 

 

 

 

 

 

 

 

 

 

 

 

 

 

  뜰에 찬서리가 내려 국화가 지기 전에

  아버지는 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셨다

  그런 날,

  뜰 앞에 서서 꽃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일 년 중 가장 흐뭇한 표정을 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그해의 가장 좋은 국화꽃을 따서

  창호지와 함께 바르시곤 문을

  양지바른 담벼락에 기대어놓으셨다

  바람과 그늘이 잘 드나들어야 혀

  잘 마른 창호지 문을 새로 단 방에서

  잠을 자는 첫 밤에는 달그림자가 길어져서

  대처에서 일하는 누이와 형이 몹시 그리웠다

 

  바람이 찾아와서 문풍지를 살랑살랑 흔드는 밤이면

  국화꽃이 창호지 안에서 그늘 째 피어나는 듯했다

  꽃과 그늘과 바람이 숨을 쉬는

  우리 집 방문에서 가을이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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