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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참 좋은-

고등어 / 안명옥

 

 

 

 

 

 

 

 

 

 

 

 

 

 

 

 

 

 

 

 

 

 

 

 

 

  모처럼 객지에서 온 딸을 위해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웠다 어릴 적 아버지 상에만 오르던

  고등어를 먹으며, 문득 고등어는 왜 등이 푸른가

  어머니 등에도 푸른 멍이 있을 거라고

  몸속에 들어오는 소금물을 걸러내며

  짠물에 물들지 않는 고등어 같이 나도

  그렇게 살아야 혀

  푸른 멍을 가진 고등어로 살아

  그 어떤 상처가 건드려도 멍들지 않았으면

  푸르다는 건

  비늘 벗겨진 지느러미의 파란 감정들일지도

  거친 현실의 바다를 끌어안으면

  또 하나의 삶을 만들어낸 푸른 멍 들일지

  제 온몸을 밀고 가느라

  바다에서 맺힌 고등어의 푸른 멍이 사르르 녹아

  사라지며 멍의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의 내부, 그곳에도 멍이 서식하고 있는가

  비늘이 다 떨어지고  비린내가 가셔지는

  내 등에도 멍자국이 점점 늘어가고 그날

  그 저녁 밥상이 그리워 푸른 고등어를 구웠다

  아직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딸아이

  대뜸 비린내가 싫다고 투덜거린다

  딸아이의 몸은 멍들기엔 아직 환하므로

  나는 아무 말 없이 고등어의 푸른 멍을 삼켰다

  마음에 아직  나를 업고 있는

  등 굽은 어머니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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